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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 Med Educ > Volume 23(1); 2011 > Article
우리는 어떤 의사를 양성해야 하는가?
Barack Obama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25일(현지 시간) 우리의 연두 국정 연설에 해당하는 중요한 연설인 State of the Union에서 “In South Korea, teachers are known as nation builder”라는 말과 함께 우리나라 특히 우리 교육을 칭송하였다. 과거를 돌아보면 우리나라 발전의 원동력이 교육에 있었다고 인정할 만하다. 어려운 시기를 지내오는 동안 내내 후세의 교육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여 온 학부모들의 헌신과 일선에서 교육을 담당해온 교육자들의 노력은 칭송받아 마땅한 일이라 하겠다. 그렇지만 현재의 상황을 살펴보면, 반복되는 Obama 대통령의 극찬이 고맙기는 하나 그렇다고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치부하고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깊은 고민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감당하기 어려운 사교육비, 무너지는 공교육, 기러기 가족, 천정부지의 학원가 주변 부동산 시세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현상이 하나 둘이 아니다.
범위를 좁혀서 의학교육에 국한하여 보자.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고등학교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의과대학에 지원하고 있다. 과거에 공과대학에 인재가 집중되던 시절과는 고등학교 졸업생의 대학 지원 선호 분야가 판이하게 달라진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좋은 의사만 양성하면 그 책임을 다하였던 의학교육에 국가 제일의 우수한 두뇌를 정성스럽게 교육하여 국가 발전을 위한 중심적인 인재로 키워내어야 할 더 막중한 책임이 추가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과거 이공계 출신이 우리나라의 국가 경제 발전의 주역이 되었던 것처럼 의과대학 졸업생이 그 역할을 상당 부분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의학 교육은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은 발전이 있었다고 평가한다. 많은 의과대학에서는 의학교육과정 개선을 실현하고 있으며, 의학교육계에서는 의과대학 인증 평가제를 정착시켜 의과대학의 시설, 행정, 재정, 교수 등 각 부문에서 상향평준화를 촉진하고 있고, 또한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서는 의사국가시험 과목 개선과 세계에서 세 번째가 되는 의사실기시험을 도입하여, 이제 의사 양성 과정은 교육, 제도, 평가 등 모든 면에서 선진국 수준에 맞먹는 향상을 이룩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발전은 의학교육에 헌신하는 많은 의과대학 교수의 노력을 바탕으로 의학교육학회가 학술대회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하여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꾸준히 추진해 온 덕분이라 아니 할 수 없다.
그러면 이제 의과대학에서 배출하는 의사가 국가 발전이라는 큰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 것일까? 국내 의학자는 2006년을 기점으로 국내학술지보다 국제학술지에 더 많은 연구 업적을 발표하고 있다(허선, 국내학술지의 국제색인데이터베이스 등재 새 정보, 대한의학회 뉴스레터 No 12, 2010). 또한 최근 10여 년간 의학자들이 생산하는 연구 논문 수는 타 분야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가파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Obama 미국 대통령이 부러워하였던 우리나라 의료서비스 부문에서도, 외국에서 한국으로 진료를 받기 위해 찾아오는 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어, 우리 의료수준의 향상을 실감하게 하고 있다. 반가운 현상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발전을 무색하게 하는 현상도 있다. 작년에는 의사실기시험 불합격자들이 집단으로 시험 당국을 고발한 사건이 있었는데, 이는 우리나라에서 배출되는 의사가 최소한의 진료능력을 갖추었는지를 평가하는 수단을 마련하기 위하여 수많은 교육학자들이 부단한 노력과 연구 끝에 도입하게 된 시험을 자신이 불합격하였다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전문가가 될 사람들이 의학교육평가 전문가의 노력을 부정하는 일이라 앞으로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한 비전문가의 불합리한 비판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크게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최근 의사국가시험 임상실기시험에서 문항을 조직적으로 복원한 사건이 있었다. 이른바 ‘족보’라 해서 필기시험에 출제된 문제를 복원하여 예상 문제집을 만들어 돌려 보는 일도 그 동안에도 쭉 있어온 일이지만 최근에 이르러 이러한 행태가 새로 도입된 의사실기시험에도 나타났다. 한 발 더 나아가 학생들이 주축이 된 단체의 사업으로 이 일을 추진하였다하고 또 이를 둘러싸고 금전 거래도 있었다는 혐의마저 있어 급기야는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은 시험을 보는 동안 알게 된 정보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쓰고 응시한 뒤, 이어 응시할 수험생에게 시험 정보를 조직적으로 제공한 사건이다. 책임 있는 사회의 리더가 되어야 할 사람들이 중요한 약속이나 서약을 아무렇지도 않게 파기하는 행위를 저지르는 것은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사람이 ‘히포크라테스선서’를 꼭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믿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또 선발시험이 아닌 자격시험이라는 점을 악용하여 ‘누이 좋고 매부 좋고’ 하는 식으로 공정한 경쟁의 훼손을 기도하는 행위도 매우 온당하지 못함은 말할 나위 없다. 의사는 기본적으로 전문가이기 때문에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이 필수 요소가 되어야 하며, 전문가로서 의사가 국민으로부터 존경을 받기 위하여 사회의 리더다운 높은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갖추어야 한다. 그런데 실력이 아닌 방법으로, 또 사회 정의에 어긋나는 방법으로 전문가가 되기를 시도하는 것과 그렇게 하여 합격한 사람을 동료로서 대하는 데 아무런 불편도 느끼지 않는 불감증도 문제이다. 이러한 행태는 결국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것을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전문가 집단인 의사의 위상에 큰 타격을 주게 될 것이다. 우리 국민을 경악하게 하였던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많은 젊은이들이 앞 다투어 위험을 무릅쓰고 해병이 되고자 지원하는 현상을 보고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서 다시 한 번 긍정적인 모습을 발견하고 매우 고무되었다. 고등학교 졸업자의 상위 1%에 속하는 의과대학생에게서도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라고 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은 의대 졸업반 학생이 보여주고 있는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이 과연 이들만의 책임인가 하는 것이다. 그동안 교육자들도 실력 있고 존경받는 의사의 양성보다 의사면허시험의 합격률을 높이는 것에만 매달리지 않았는지? 의학 지식과 술기의 전수를 교육의 전부인 것처럼 가르쳐 오지 않았는지? 이들을 나무라기 전에 우리 스스로도 과연 이들을 향해 돌을 던질 자격이 있는 것인지 자성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우리가 양성하는 의사는 학문적으로 뛰어난 과학자이면서 윤리적으로 도덕적으로 존경받을 수 있는 사회의 지도자이어야 한다. 우리나라 의학 교육 과정에서 인문학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지식과 수기 교육에 못지않게 인간에 대한 이해가 의사에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과 꼭 함께 해야 하는 것은 교육자들이 스스로 존경받는 의사, 책임 있는 사회적 리더로서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그래야만 ‘nation builder’의 자격이 있는 것 아닐까?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경제를 이만큼 성장할 수 있게 한 것이 이공계의 노력 덕분으로 발전한 기반 산업과 최근의 정보 기술(information technology) 등에 힘입은 것이라면 이제부터 국부를 창출하는 것은 의사가 주역이 되는 기초의학에서부터 신약 개발, 중개연구, 임상 시험 그리고 의료서비스에 이르는 다차원의 health technology가 될 것이라 한다. 의학교육이 지향하는 바는 우수한 인재를 국민으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고 또 이런 시대적인 사명감과 책임감이 충만한 재목으로 키우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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