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교육학회의 발자취

A Historical Perspective of the Korean Society of Medical Edu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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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 Med Educ. 2012;24(1):3-6
Publication date (electronic) : 2012 March 31
doi : https://doi.org/10.3946/kjme.2012.24.1.3
Gachon University of Medicine and Science Medical School, Incheon, Korea
백상호
가천의과학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Corresponding Author: Sang-Ho Baik Gachon University of Medicine and Science Medical School, 534-2 Yeonsu 3-dong, Yeonsu-gu, Incheon 406-799, Korea Tel: +82.32.820.4702 email: shbaik@snu.ac.kr
Received 2012 February 9; Revised 2012 February 13; Accepted 2012 February 14.

학회가 지나온 길을 지금의 시점에서 돌이켜 보는 것은 미래의 발전을 위해 중요한 계기가 된다. 그 동안 학회는 많은 발전의 자국도 남겼지만 뉘우쳐야 할 부끄러운 자국, 못다 한 과제, 안타까운 역사도 남겼다. 학회의 역사에는 관련 기관과의 과거가 톱니처럼 물려 있고 특히 학장모임과는 여러 면에서 관련이 깊었다. 초기의 설립 배경, 경과 중 몇 가지 에피소드에 초점을 맞추어 과거를 돌이켜 보고자 한다. 지나간 일에 대한 느낌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주관적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 많으므로 다른 사람들이 일반화하여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운 점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1. 학회 설립 이전의 의학교육 상황

1970년대는 우리나라에 두 가지 개념, 즉 전통적으로 지켜오던 의학교육과 새 개념의 의학교육이 처음으로 마주치던 시기였다. 그 결과 의학교육을 담당하던 사람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그 흐름에 공감하는 그룹이 생겼는가 하면 그런 변화에 대하여 거부감을 가지는 보수적 그룹도 생겨나게 되었다. 생각의 차이는 학자들의 속성인 고집과 주장으로 명확히 나타나게 되었으며 새 트렌드가 현실화되어 교육 현장에 자리를 잡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그 때나 지금이나 의학교육을 실행으로 옮기는 것은 교수 개인이고 그것을 총괄하여 방향을 설정하는 총책임자는 각 대학의 학장이다. 새 개념 도입의 결정 여부, 방향 전환의 칼자루는 학장이 쥐고 있었다. 대체로 학장 그룹은 보수적인 전통 지지자였다. 그러나 몇몇 학장은 그 때부터도 매우 앞서가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새로운 의학교육 흐름 속에는 커리큘럼 개선, 새 교수법의 연수, 의학교육 연구, 타당성 있는 학습 평가와 능력 검증, 교육 환경에 대한 기관 자체의 객관적인 평가 등 할 일이 산 같이 쌓여 있었다. 학회 설립 이전에는 학장모임이 유일한 의학교육 관련 기구였다. 따라서 교육개선을 위한 연구, 실행을 위한 정보교류, 발표도 학장 모임 외에는 달리 주관할 주체가 없었다. 그러나 그 때는 그런 분위기가 성숙되기에는 조금 이른 시기였기 때문에 주제로 다루어지지도 않았고 모르기도 하였지만 관심도 매우 낮았다. 힘의 차이, 생각의 차이, 설득력의 부족 등으로 새 개념의 도입 과정에는 시련과 정신적 갈등이 불가피하였다. 그런 가운데서도 한 때는 학장모임이 강한 리더십으로 새로운 교육 패턴으로의 변화를 유도하기도 하였던 시절이 있었고 리더십 중단으로 과거로 회귀하는 경우도 생겼다. 그런 과거를 가장 잘 보여주는 흔적이 학장 모임의 변화와 이에 따르는 학회의 역사 속에 남아있다.

2. 학장모임의 변천과 학회

우리나라 의과대학 학장모임(Deans meeting: 너무 이름이 다양하여 연대를 초월하여 이렇게 부르고자 한다)의 목표는 연대별로 달라졌고 따라서 모임의 이름도 달라졌다. 50년 사이에 모임의 이름이 여러 번 바뀐 것과 1800년대에 수립된 The Association of American Medical Colleges (AAMC)가 아직도 그 설립 당시의 이름으로 활동을 하고 있는 것과는 대비가 된다. 학장 모임은 1960년대에는 정보교류, 친교였고, 1970년대에는 강한 리더십으로 한 때 새 개념 도입에 선봉으로 나섰다. 그러나 1980년대에 들어와 초기 이념을 잃고 표류하다가 과거로 회귀하였다. 1990년대에는 리더십 상실로 이견, 대치, 긴장의 경과를 보였고 2000년대에 들어서서는 복잡한 환경 속에 학장모임이 교육 개선의 중심 축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새로운 견인차 역할의 시동을 걸었다. 지나간 50년의 학장모임의 역사적 이벤트를 요약하여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awakening, rising, fluctuating, pioneering으로 나타낼 수 있다.

3. 의학교육 관련 기관의 설립과 학장모임

새로운 의학교육 관련 기구 탄생은 불가피한 시대적 소명이었고 학장 모임은 새 기관과는 긴장 상태를 가지면서도 탄생에 많은 힘을 실어주었다. 새로 생긴 기관은 10년 단위로 네 기관이 된다.

  • 1) 1975년: 의학교육연수원(National Teacher Training Center, NTTC), 교수 연수

  • 2) 1983년: 한국의학교육학회(The Korean Society of Medical Education, KSME), 연구, 개발

  • 3) 1992년: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National Health Personnel Licensing Examination Board, NHPLEB), 의사면허시험

  • 4) 2003년: 한국의학교육평가원(Korean Institute of Medical Education and Evaluation, KIMEE), 평가, 인증

첫 기구 설립은 의학교육연수원이었다. 1970년대에 학장모임이 강한 리더십을 발휘할 때 전체 결의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새로운 개념의 교육 실행을 위해서는 지속적이고도 전문적인 연수 업무가 시급히 필요했으며 학장모임이 이것을 수행하기에는 벅찼고 이에 따라 일을 분업화함으로써 더욱 발전시키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탄생시킨 것이다. 그 후 1983년에는 의학교육학회가 자생적 설립을 하였고, 1992년에는 졸업생의 자격검증 수준을 바로 잡기 위해 의사국시원이 생겼으며, 2003년에는 의학교육평가원이 설립되었다. 이 모든 기관은 의학교육에 관심을 가졌던 교수들의 규합에서 시작된 것이다. 자생적인 설립이었지만 기관 운영을 하는 이사회에는 반드시 학장모임의 대표를 참여하도록 하는 것을 잊지 않고 시행에 옮겼다. 네 의학교육 관련 기관은 학장 기구와는 어떤 의미에서는 매우 긴장되게 하는 성격을 띠었지만 의과대학의 교육을 발전시키는 데 간접적인 자극제 역할을 하여 의학교육을 오늘의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발전시킨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비록 각 기관의 목표는 달랐지만 도움, 확인, 감시, 규제, 인증 기능으로 직접이든 간접이든 학장이 이끄는 각 대학의 교육 실행을 도울 목적으로 세워진 것이 기관의 취지였다. 궁극적으로는 한결같이 ‘좋은 의사 교육’을 하도록 돕는 것을 공통된 목표로 하고 있으며 입학에서 졸업까지의 여러 과정에서 의학교육(커리큘럼, 교수, 학생, 시설, 재정 등)의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서 그 업적이나 활동을 인정받고 있다. 다만 의학교육 관련 기관마다 시기를 달리하고 별도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다섯 기관 사이에는 목적은 달리 명시했으나 기능의 중복도 나타났고, 소통의 소홀로 인한 긴장 상태, 경쟁심도 생겨났다. 모든 기관은 올바른 교육 실행을 도우려는 초기 목표를 잊어서는 안 되고 그런 점에서는 학장모임과 긴밀한 접촉이 꾸준히 있어야 했다. 다만 학장모임이 지속성 면에서 취약하고 업무의 단절이 자주 생기는 현실은 학장모임이 다른 기관의 빠른 발전에 밀리는 현상을 빚게 했다. 이제는 다른 의학교육 관련 기구를 ruling 한다는 권위적 자세를 접고 다른 어느 업무보다 우선하여 학장모임이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스스로 개선할 과제이다. 어제의 학장이 내일은 기관에서 일을 하는 회원으로 될 수도 있고 그 회원이 다시 학장모임의 일원으로 참여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모두가 단일 공동체라는 의식의 변화가 앞서야 한다. 때로는 속도의 조절도 절실히 필요하고 언젠가는 궤도 수정을 하고 조율해야 할 중요 과제로 보이며 이를 위해서는 끊임없는 의사소통이 있어야 한다.

4. 의학교육학회 설립의 배경과 경과

학회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배경과 경과를 기술하자면 대략 아래와 같이 요약할 수 있다.

  • 1) 의학교육의 새 패러다임을 감지(1960년대)

  • 2) 비슷한 경험을 한 동료들의 공통 화제에서 시작(1970년대)

  • 3) 학장협의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공감 유도(1970년대)

  • 4) 18회에 걸친 의학교육 세미나, 보고서 발간 유지(1970 년대)

  • 5) 의학교육 활동 기능을 분업화하도록 의견 규합(1980년대)

  • 6) 학장회의와의 공감 형성에 부진 상태 생겨 타개책 강구(1980년대)

  • 7) 학장회의 목표가 과거로 회귀(친목, 교류)(1983)

  • 8) 학장협의회 주관 전국적 세미나, 발간 중단(1984)

  • 9) 학회 탄생, 회장단과 임원진 구성(1983)

  • 10) 설립 초기부터 활동 정지, 휴면 상태로(1983~1989)

  • 11) 창설 6년 뒤 학회 재건, 활동시작(1989)

  • 12) 많은 교수의 동조 공감으로 빠른 발전(1989~현재)

이처럼 학회는 복잡한 환경, 답답한 감정 대립 속에서 탄생 성장하였다. 그것은 감동, 희망, 흥분, 열정, 인내, 불안, 갈등, 비탄 등으로 표현될 수 있으며 시대에 따라 반복, 뒤엉킴이 나타난 흔적이다. 일단 학회가 정상 궤도를 달리게 되었을 때 학회 중요 활동인 학술대회는 역사의 변화에 따라 이 역시 변동을 보였다. 처음에는 봄·가을 두 번에 걸쳐 학회 주최(1989~1994)로 시작하였으나 냉담하던 학장모임이 마음을 바꾸어 봄·가을 학장협의회와의 합동으로 하자고 제안하여 공동주최(1994~2006)로 바뀌었고 그 뒤 의학회가 합류하여 지금은 연 1회 봄에 합동학술대회가 열리게 되었다. 주최를 어느 기관에서 하느냐의 문제는 예산, 관리 능력, 기획력, 지속성 등 여러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이것 역시 복잡한 경과를 밟게 된 것이다. 새로운 개념에 공감을 가진 교수 그룹은 의지와 열정, 맨주먹만으로 시작한 가운데 많은 사람들의 동조를 얻게 되어 큰 그룹으로 확장되었고 일관된 목표의 활동을 해왔으나 빠른 성장 속에는 허점도 많이 생겼다. 회원들의 강한 의지, 섭섭함, 욕심, 열정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 속에 무모하기까지 한 자세로 학장그룹과 대립하였던 점은 다시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할 잘못된 일로 여겨진다. 아무리 새 개념의 전파 보급이 빠르게 이루어졌다고 해도 대학에서의 실행 단계에 턱이 높아지면 헛일이 된다는 점에서 학장모임과의 관계 중요성을 1차적으로 고려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생긴다. 상대적인 입장의 학장모임도 역사를 돌이켜보며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더 어려운 처지가 닥치게 될지도 모른다. 많은 의학교육자들은 학장이 자율적으로 앞장서서 더 많이 공부하면서 교수들을 이끌어 가는 견인차 역할을 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 간절히 바라는 바였다. 실제로 모든 관련 기관은 학장 모임과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고 모든 활동은 의대 교육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므로 소통과 교류 그리고 협조가 절대적임을 뒤늦게나마 뉘우치게 되었다. 이제는 그것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가 왔다.

5. 설립 이후의 활동 중단 사연

그토록 갈망하던 학회가 1983년 설립된 이후 제대로 활동 한번 못하면서 6년을 보냈다. 그 사연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천신만고 끝에 발족한 학회에는 초대 회장과 부회장을 포함한 임원 7명, 평의원 25명이 있었다. 그러나 이들 초기 임원 중 많은 수의 멤버에게 같은 해 신상 변동이 있었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회장이 지방 대학 학장으로 부임하게 됨에 따라 서울에서 중심을 잡고 활동하던 때와는 달리 신설 대학의 ‘올인’해야 할 학장 업무에다 학회 활동의 시동이라는 두 가지 작업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이 결정적이었을 것으로 본다. 불행하게도 초대 회장은 2년 만에 급서를 하게 되었고 리더를 잃은 나머지 멤버도 의욕을 잃게 되었으며 그런 가운데 초기 멤버 여러 사람이 비슷한 때에 학장, 병원장, 부원장, 의료원장 등으로 부임함으로써 차질은 점점 커지고 말았다. 초기 임원들이 지방에 가 있는 회장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할만한 불가피한 사유도 있었겠지만 적극성을 띠고 부회장을 모시고 위기를 벗어날 수도 있었을 법한데 그러지 못하였던 또 다른 상황이 무엇이었는지 언젠가는 투명해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어떤 일이든 시작 단계에 가장 많은 에너지와 재정이 필요하게 마련인데 어느 하나도 건질 수 없어 학회 활동은 시작도 못하고 표류하게 되었다고 본다. 이 6년의 공백에서 얻은 교훈은 리더십의 중요성, 사람 사이의 감정 조정이 절실히 필요했으며 의욕은 맨 주먹으로도 가능했으나 현실은 최소한의 재정이 필요했다는 사실이다.

6. 맺는 말

학회의 발자취 성찰을 통해 얻은 교훈을 정리하자면 다음의 여섯 가지로 정리된다. 1) 의학교육 관련 기관은 시간을 나타내는 시계의 톱니바퀴 관계이다, 2) 각 기관 업무에는 전체적인 구심점이 필요하다, 3) 힘겨루기는 톱니바퀴의 기능에 장애를 가져올 뿐이다, 4) 어떤 기관이든 일은 권위, 힘보다는 능력과 포용력으로 추진해야 한다, 5) 중복되는 업무는 경쟁심을 가져오지 않도록 정리가 시급하다, 6) 학회 일을 배가시키기 위해서는 인력 인프라의 확대가 시급하다 등이다. 다만 수준 낮추기의 하향평준화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되며 속도 조절로 나란히 가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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