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실수의 공개와 사과’를 어떻게 가르칠 수 있을까?

How to Teach Open Disclosure and Saying "So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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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 Med Educ. 2011;23(2):137-140
Publication date (electronic) : 2011 June 30
doi : https://doi.org/10.3946/kjme.2011.23.2.137
Department of Medical Education, Korea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Seoul, Korea
이영미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교육학교실

환자안전(patient safety)은 모든 의료인들이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최근 들어 환자안전의 개념과 관련 지식과 기술은 기존의 의사들뿐 아니라 의대생 때부터 교육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지지를 받고 있다. 2006년 유럽의학교육학회(Association for Medical Education in Europe, AMEE)에서는 기본 의학교육 기간 중 교육되어야 할 환자안전에 대한 주제를 발표하였다[1]. 이 권고안은 의대생이 알아야 할 내용을 핵심과 비핵심적 요소로 나누었는데, 핵심적 주제로는 1) 환자안전의 기본적 개념, 2) 환자 안전을 향상, 유지시키는데 있어 개인적․집단적 책무에 대한 태도 개발, 3)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에 대한 민감도 및 자기인식(self-awareness) 개발, 4) 대인 관계 형성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기술 개발, 5) 팀 협력 기술 개발을 포함한다. 비핵심적 사항으로는 근본원인결과분석(root cause analysis), 안전한 투약과 시술, 환자 안전에 있어 환자에게 권한 부여, 의료 실수가 의사 및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 개발 등을 포함하고 있다.

환자 안전의 기본 개념은 부작용을 100% 없애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의료실수를 최소화하고 예방하는 것이다. 또한 의료실수가 발생했을 때, 개개인에 대한 책임추궁이나 채벌 보다는 시스템적인 예방적 접근을 해야만 예방 가능한 실수를 발견하고 동일한 사태를 미연에 방지 할 수 있다는 것을 핵심 가치로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실수가 있었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열린 토론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강조한다. 과거에 의사들은 의료실수가 발생하였을 때 이를 인정하기 보다는 방어적인 태도가 자신들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교육을 받아왔고, 관행적으로 의료사고 담당 변호사는 의사들에게 “아무것도 이야기 하지 말라”, “미안하다는 말을 결코 하지 말라”고 조언해왔었다. 그러나 최근 많은 연구와 단체에서 시행한 연구에서는 의료 실수와 이로 인한 부정적 결과를 공개하고 사과하는 것이 환자와 의사 사이의 신뢰관계 유지뿐 아니라, 의료비 배상 판정의 비용을 줄임으로서 의료분쟁으로 인한 비용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

‘의료실수에 대한 공개와 사과’는 윤리적, 법적 측면을 포함하는 복합적인 문제로서, 의사들에게 많은 성찰과 인식의 변화를 요구하는 사항이다. 따라서 의사로서 일련의 규범이 확립되기 이전인 학부 교육 때부터 이에 대한 이해와 고민이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는 ‘의료실수의 공개와 사과’에 대한 개념을 임상실습 전 교육과정에 있는 학생들에게 가르칠 때 사용할 수 있는 내용과 교수방법의 예를 소개하고자 한다.

강의 및 토론을 통한 개념 정립

학생들에게 의료실수의 공개와 사과에 대하여 소개할 때, 가장 먼저 다루어야 할 내용은 과연 의료실수란 어떤 경우를 말하는 것이며 어떤 경우에 환자에게 실수를 인정해야 하는지 개념을 알게 해주는 것이다. 동시에 의료실수가 발생하였을 때 왜 이를 공개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윤리적 당위성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 세계에서는 어떤 장애요인들이 있으며, 이를 어떻게 극복해나갈 수 있는 지에 대하여 성찰적 토론을 유도해야 한다.

1. 의료실수란 무엇이며 공개해야 하는 내용은 무엇인가?

‘의료실수의 공개(open disclosure of medical error)’란 치료과정 중 실수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정적 결과에 대하여 환자와 가족에게 진실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즉, 의료실수의 공개는 부정적 사건이 발생한 이후 환자(가족)와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서, 현재 많은 나라의 의료윤리강령에는 이를 의료진의 기본적 의무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윤리강령에 앞서 의료진 스스로 자신에게 ‘지금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옳은 행동은 어떤 것인가?’, ‘유사한 상황이 다시 발생한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만약 나의 가족이 이런 상황에 놓인다면, 나는 어떻게 되기를 원하는가?’와 같은 질문을 하고 성찰을 해야 한다.

2. 왜 공개해야 하는가?

의료실수를 공개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의료윤리 원칙 중 환자에 대한 ‘자율성 존중원칙’(respect for patient autonomy)과 관계된다. 자율성 존중원칙의 일차적인 목적은 진료행위에서 일어날 수 있는 피해(혹은 상해)로부터 환자를 보호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의사들은 환자에게 진료와 관련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함을 규정한다. 의사가 제공한 충분한 정보를 토대로 하여 환자들은 진료 전반에 대하여 이해를 하고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하여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된다.

3. 의료실수 공개의 기본 원칙

실수를 공개하는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아는 것이다. 상황에 무관하게 적용할 수 있는 기본적 커뮤니케이션의 원칙은 이 상황에서도 적용된다. 더불어 대화상대자들의 감정이 고조되고 있는 어려운 상황에 대처하는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알아야 한다. 실수로 인한 부작용 발생하여 고통을 받게 되면 환자와 가족들은 감정이 고조되고 분노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므로 의료진을 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이때 의사가 같이 화를 낸다거나 방어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 상황에서 의료진도 불안하고 감정이 고조되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환자와 가족을 지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우선이 되어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의료실수의 공개에 있어서는 1) 정직하고 시기적절한 커뮤니케이션, 2) 실수에 대한 인정, 3) 유감 혹은 사과의 표현, 4) 환자와 가족의 기대에 대한 인식, 5) 기밀 보장 등이 주요 원칙이다. Fig. 1은 2006년 미국 하버드대학 병원에서 발표한 의료 실수 공개에 있어서의 원칙과 절차에 대한 가이드라인(‘When things go wrong: responding to adverse event’)이다[2].

Fig. 1.

The Havard Hospital Guideline for Open Discloure

From Massachusetts Coalition for the Prevention of Medical Errors. When things go wrong. Responding to adverse events. A Consensus Statement of the Harvard Hospitals, 2006. Available from: http://www.macoalition.org/documents/respondingToAdverseEvents.pdf [2].

경험적 학습 방법을 통한 실습과 성찰

1. 소그룹 토론

‘의료실수의 공개와 사과’에 대한 논문, 기사 등을 제시하고 토론하게 한다. 예를 들어, 2010년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매사추세츠 병원의 정형외과 의사인 Dr. David Ring이 자신의 의료실수를 증례보고 했던 논문[3]을 학생들에게 읽게 하고 관련 쟁점에 대하여 토론시킨다. 동시에 이 논문에 대한 대중매체의 시각과 일반인들의 생각을 알게 해주는 일반 기사[4]를 함께 제공하여 대중의 목소리도 함께 고민해볼 수 있게 해준다.

2. 역할극 또는 모의환자를 이용한 실습

실제로 의료실수로 인하여 부작용이나 치명적인 결과가 발생하였던 임상상황을 제시해주거나 혹은 드라마, 영화 등에서 다루어진 의학적 실수와 이에 대한 이해관계대상자들의 정서 및 행동을 나타내는 스크립트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제시한다. 2~3명을 한 조로 하여 각 학생에게 역할을 부여한다. 즉, 의료실수를 전달해야 하는 의사(또는 관계했던 의료인), 환자(보호자)의 역할을 하게 하여 각각의 입장에서 느꼈던 생각과 감정, 갈등 등을 이야기하게 한다. 또한 의료실수 공개와 사과하기 가이드라인(Fig. 1)으로 제시된 행동들을 실제로 얼마나 적용하여 역할극을 했는지, 어떤 행동들이 적용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는지, 적용하지 못하게 하는 장애요인은 무엇이었는지, 이를 위해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기술은 무엇인지 등을 토론하게 한다. 환자나 보호자의 정서 상태와 반응을 더욱 현실감 있게 경험하기 위해서는 모의환자를 이용하여 실습을 하게 할 수도 있다.

3. 성찰기회 제공

소그룹 토론이나 역할극 혹은 모의환자 실습이 종료된 후에는 이러한 경험적 학습을 하기 전과 후에 학생들의 생각, 감정, 인식의 변화를 스스로 점검할 수 있도록 성찰적 보고서를 작성하게 한다.

요약

임상 실습 전 학생들은 아직 환자진료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환자안전교육을 하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임상실습 개시 혹은 진료현장에 투입된 후 경험하게 되는 병원의 문화 및 숨겨진 교육과정(hidden curriculum)의 영향을 고려한다면, 가능한 조기에 환자안전의 개념을 정립시켜주는 것이 필요하다. ‘의료실수의 공개와 사과’는 의료커뮤니케이션 혹은 ‘환자의사사회’와 같은 수업시간을 통하여 개념의 소개 및 관련 윤리적 문제를 숙고하는 성찰하는 측면에서 다루어질 수 있다. 수업 전 학생들의 지식이나 인식 및 태도를 알아볼 수 있는 간단히 인식도 조사, 의료실수에 대한 공개와 사과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과 필요성에 대한 강의, 딜레마 상황에 대한 소그룹 토론, 역할극 및 모의환자 실습, 성찰적 자기 보고서 작성 등으로 수업을 구성할 수 있다.

References

1. Sandars J, Bax N, Mayer D, Wass V, Vickers R. Educating undergraduate medical students about patient safety: priority areas for curriculum development. Med Teach 2007;29:60–61.
2. A Consensus Statement of the Harvard HospitalsWhen things go wrong. Responding to adverse events. Massachusetts Coalition for the Prevention of Medical Errors; 2006. Available from: http://www.macoalition.org/documents/respondingToAdverseEvents.pdf.
3. Ring DC, Herndon JH, Meyer GS. Case records of The 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 Case 34-2010: a 65-year-old woman with an incorrect operation on the left hand. N Engl J Med 2010;363:1950–1957.
4. Aleccia J. Surgery error leads doc to public mea culpa. msnbc.com [Internet] Health Care; 2010 Nov 10 [cited 2011 Apr 20]. Available from: http://www.msnbc.msn.com/id/40096673/ns/health-health_care/t/surgery-error-leads-doc-public-mea-cul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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