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대학에서의 학습은 누구의 몫일까? 초등 또는 중등교육과는 달리 고등교육인 대학에서의 학습은 대학생들의 몫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단지 학생들만이 열심히 한다고 하여 제대로 된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학습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지식과 기술 등이 교수자에 의해 효과적이고 체계적으로 전달되어야 그 다음 단계인 습득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대학 교수는 학생들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교수역량을 개발해나가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교육자로서의 전문성 또는 교수역량을 개발하는 교수개발(faculty development)이라고 한다. 교수역량은 교수가 갖추어야 할 필수적인 자질이며 교육과 훈련을 통해 개발될 수 있는 것으로 교수라면 자신의 교수역량을 향상시키는 것은 의무사항일 것이다. 그러나 대학 교수로 임용되는 의과대학 교수들은 많은 시간 환자를 보는 진료나 연구 활동에 치중하게 된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자로서의 역할도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나 이를 위해 필요한 기술이나 노하우를 축적하지 못한 채 교육을 제공하게 된다. 최근에는 실제 강의 시연을 평가항목에 넣어 강의를 잘 수행하는지도 평가하고, 교수업적에 강의평가가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나 대학 교수를 위한 교육자로서의 준비는 초등학교나 중등학교 교사들처럼 전문적인 교육이 이루어지지는 않고 있다.
의과대학의 경우 교수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부서에서 신임 교수들을 위해 1~3일 정도의 워크숍이나 세미나도 열고는 있지만 이것으로는 전문적인 교육자로서의 모습을 갖추기는 어렵다. 초등학교나 중등학교와는 달리 대학 교수들의 수업행동에 관한 연구나 교수들의 수업역량을 제고시키는 체계적인 노력이 미흡한 이유는 다음과 같이 지적되고 있다[1]. 첫째, 대학에서의 교육은 연구 활동보다는 낮은 수준의 활동이며 교수들이 잘 가르치고 잘 지도하는 일이 아니라 학생들이 알아서 열심히 하는 것으로 보는 교육에 대한 시각의 왜곡, 둘째, 대학교육의 수월성 추구와 같은 본질적인 것보다는 각종 대학평가에서 교육이 뒷전에 밀려나 있으며 교육의 내실화를 기하는 노력이 크게 미흡, 셋째, 교수집단은 교육에 관한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을 받을 기회가 없이 학위취득 여부나 논문실적 등으로 교수로 채용, 넷째, 교수들의 수업의 질 관리방향의 문제가 있으며, 학생들의 강의평가제도는 형식적인 수준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이러한 교수 개발의 미흡한 점으로 인해 국내 대학에서는 교수학습센터 또는 교육개발센터 등 교수개발을 위한 부서를 두고는 있지만, 센터에서 운영되고 있는 교수개발 프로그램의 실효성이나 효과성에 대해서는 제대로 검증되고 있지 않다. Roh & Choi [2]는 교수의 역할을 교수설계자, 학습활동 촉진자, 평가자로 구분하고 그에 따른 교수역량의 수준과 전공계열에 따른 차이를 분석한 결과, 의학계열 교수들은 교수 설계자의 역할을 다른 전공계열에 비해 잘 수행하고 있지만 다른 능력은 다소 떨어지고 있었다. 또한 경력이 쌓인 교수나 부교수보다 전임강사나 조교수의 교수설계, 학습촉진, 평가의 수행수준이 낮다는 결과는 평생교육 차원에서의 교수개발이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Skeff et al. [3]은 1998년도 이후부터 교수개발 관련 논문 발표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지만 이러한 관심에도 불구하고 실제적인 변화는 매우 느린 속도로 진행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면 교수개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공하기에 앞서, 과연 교수자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수업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일련의 과정(교육준비, 교육시행, 교육평가)에 대해 어떤 인식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떠한 부분을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 연구는 의과대학 교수를 위한 교수개발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의과대학 교수에게 필요한 학습 성과를 개발하고 이에 대한 교수들의 인식과 요구도 조사를 목적으로 하였다. 이에 따른 구체적인 연구 문제는 다음과 같다. 1) 교육준비, 교육시행, 교육평가에 대한 의학과 교수들의 인식 정도는 어떠한가? 2) 교수개발 프로그램에서 강화되어야 할 학습 성과는 무엇인가?
대상 및 방법
건양대학교 의학과 교수를 대상으로 2012년 11월에 의학과 교수 1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으며, 총 37명의 회수된 데이터를 분석하였다. 설문지는 일개 교수자가 수업을 시행하기 위해 실시하는 일련의 교수행위를 크게 3가지 측면 교육준비, 교육시행, 교육평가로 구분하고, 이 3가지 영역에 대하여 각각 4~5개의 구체적인 세부 문항을 개발해보았다. 총 14개 문항으로 구성된 설문지는 각 문항에 대해 중요도, 수행작업 빈도, 수행의 어려움, 수행능력정도에 대하여 평가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설문지는 건양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개발 위원회에서 2012년 7월~10월 수차례의 회의와 작업을 통해 개발하였고 개발 과정에서 해당 분야 전문가 1명을 통해 안면타당도를 확보하였다. 문항은 5점 Likert 척도로 구성되었으며, 강화되어야 할 항목에 대해 1순위와 2순위를 선택하도록 하였다. 수집된 데이터는 SPSS 20.0 통계프로그램(IBM Corp., Armonk, USA)을 이용하여 기술통계치를 산출하였다.
결과
1. 교육준비, 교육시행, 교육평가에 대한 의학과 교수들의 인식 정도
교육준비, 교육시행, 교육평가에 대한 중요도에 대해서는 비교적 높게 인식되고 있으나, 교육시행(mean, 2.95; standard deviation [SD], 0.76)과 교육평가(mean, 2.73; SD, 0.77)에 대한 수행 빈도는 교육준비(mean, 3.15; SD, 0.61)에 비해 낮게 나타나고 있었다. 특히 교육평가의 4개 문항에 대해서 비교적 중요하게 나타났지만(mean, 3.75~4.03) 작업빈도는 낮고(mean, 2.47~2.92)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으며(mean, 3.16~3.38), 수행능력 정도는 낮은 편으로 나타났다(mean, 2.86~2.95). 교육시행에서 ‘성공적인 토론수업 진행’에 대해서는 비교적 중요하다고 인식되고 있으나(mean, 3.53; SD, 0.85), 수행능력 정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mean, 2.86; SD, 1.15) (Fig. 1).
2. 교수개발 프로그램에서 강화되어야 할 내용
교수개발 프로그램으로 강화되어야 할 내용으로는 교육준비 중 ‘학생들의 교육준비 수준 파악(35.5%)’, 교육시행 중 ‘학생들의 수준에 맞는 교육 진행(32.3%)’ 순으로 나타나 학생들의 교육 수준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교육을 하는 방법에 대한 요구가 가장 많음을 알 수 있었다.
교육준비, 시행, 평가 영역에서 항복별로 살펴보면, 교육준비 영역에서는 ‘교육목표를 수립(mean, 4.16; SD, 0.83)’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다양한 문항 중 수행하는 데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학생들의 교육준비 수준을 파악(mean, 3.46; SD, 1.04)’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실제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부족한 부분이라고 평가하고 있었다(mean, 2.76; SD, 0.98). 교육시행 부분에서는 ‘강의가 성공적으로 수행되었는지(mean, 4.22; SD, 0.85)’와 ‘학생의 수준에 맞는 교육이 진행되었는지(mean, 4.22; SD, 0.79)’의 여부가 가장 중요하게 나타났다. 교육평가 영역에서는 ‘교육과정을 마친 후 학습 성과가 충실히 달성되었는지 파악(mean, 4.03; SD, 0.87)’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이를 교육현장에서 수행하는 정도는 교육준비나 시행 영역의 소항목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고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역량도 상대적으로 평균이 2.89에서 2.95 수준으로 낮게 나타났다(Table 1).
고찰
의학교육에서 교수역량이나 교수개발은 큰 이슈 중 하나이다. 이 연구의 결과에서 14개 문항에 대한 교수자들의 수행능력에 대한 자기평가는 평균 3.0을 넘는 항목이 5개에 그쳐 대체적으로 스스로의 자질부족이 많다고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결과는 Banda [4]가 250명의 의과대학 교수를 대상으로 교수의 자질에 대한 설문을 실시한 결과 27.2%의 교수가 자신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평가한 결과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으며, 이는 꾸준한 교수개발 프로그램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각 항목에 대한 중요도를 살펴본 결과 학생의 수준에 맞는 수업과 토론식 수업의 중요성에 대해 교수들은 높은 평가를 했는데, 이는 Park et al. [5]의 연구 결과에서 강의식 수업 이외의 다른 수업방식에 대한 요구도가 높았던 연구 결과와도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교육의 준비, 시행, 평가에 대한 모든 항목의 중요도는 높은데 이를 실제에서 실천하는 수행의 빈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겠으나 이를 수행하는 데에 오는 여러 가지 어려움과 자질의 부족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의학교육은 타 전공계열과는 다른 특수성이 있다고 볼 때 의학교육을 하는 교수자들에도 다른 교수 역량이 요구되어 진다고 볼 수 있다. Yang & Chung [6]의 연구에서 전공계열에 따라 변화 필요도가 다른지를 살펴본 결과 자연계열이 인문계열보다 변화 필요도가 높았다. 이는 전공계열에 따라 요구되는 교수역량이 다를 수 있으며, 그에 맞는 교수개발 프로그램이 필요함을 시사해준다. Lee et al. [7]은 공과대학의 특수성을 반영하여 공과대학에 적용할 수 있는 차별화된 교수역량 개발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9개의 공과대학 교수역량을 제시한 바 있다. Yoo [8]는 교수 개별 차원의 교수능력 개발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 동료 교수와의 협력과 대학 차원에서의 지원이 있어야 하며, 전공별로 학습공동체를 형성하여 그에 맞는 교수개발을 한다면 더 효과적으로 교수역량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Steinert [9]가 강조한 것처럼, 교수개발은 점점 더 의학교육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의예과, 의학과, 전공의 교육뿐만 아니라 평생교육의 차원에서도 교수자의 교수행위의 효과를 높여야 한다. 또한 충분한 이론적 배경을 바탕으로 한 교수개발과 기초의학자와 임상의학자들이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교수개발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며, 이론이 실제화 될 수 있어야 교육현장이 발전한다[10]는 주장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 연구는 일개 대학의 교수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것과 회수율이 31%에 지나지 않은 것은 연구의 결과를 일반화하는 데 제한이 있다. 따라서 후속 연구로 보다 많은 대학의 교수를 대상으로 한 요구도 조사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으며, 의학계열의 특성이나 대학의 목표에 따른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교수개발 프로그램이 개발될 수 있는 기초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효과적인 교수개발을 위해서 해결해야 할 공통과제가 있다면 교수개발의 목표와 우선순위를 명확히 해야 하고, 개인과 대학의 요구 간의 균형을 이루어 교육 목표와 우선순위, 교수개발 실행계획, 가르치는 것에 대한 인식 그리고 대학 지원과의 연계성이 뒷받침되어야 하겠다.
성공적인 의학교육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교수개발이 필요하며, 교수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할 것이다. 지속적인 교수개발 프로그램의 개발과 그 과정에서 교수사회와 의견교환을 지속해 나간다면 성공적인 프로그램의 개발이 이루어질 것으로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