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진료의 핵심은 환자를 의사의 파트너로서 진료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고 의사에게 협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이를 위한 의사소통기술이 의사의 핵심 역량 중 하나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으며[1], 이에 따라 의사소통교육은 의학교육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다루어지고 있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의사소통교육은 인지적 요소와 달리 개인의 성격적 요소가 학습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2] 효과적인 의사소통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고려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학생들의 성격적 경향성을 고려하여 적합한 학습지원 전략을 수립한다면 보다 효과적인 교육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3].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연구현황을 살펴보면 의과대학생들의 성격특성과 의사소통능력과의 관계에 대한 실증적 연구가 매우 부족하다[3]. 특히 다양한성격특성 중에서도 의과대학생들의 자아상태와 의사소통능력의 관계를 다룬 연구는 없다. 교류분석(transactional analysis)은 Berne [4]이 정신분석, 커뮤니케이션 이론, 집단치료에 관한 연구를 바탕으로 창안한 것이며, 이고그램(Egogram)은 지금까지 살아온 개인의 사고방식, 행동, 태도의 패턴을 발견해 인간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개발된 것으로, 개인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특성과 성향들이 반영될 뿐만 아니라 행동수정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연결이 가능하여 자기이해와 타인과의 관계 개선에 실효성을 지닌다[5,6]. 또한 의사소통에 관한 문제를 개선하거나 질적향상을 위한 방안을 제시해 준다는 강점이 있어 이미 교육학, 심리학, 정신의학 분야에서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어 오고 있다[7].
이러한 배경 하에 이 연구는 의과대학생들을 위한 의사소통교육 프로그램의 개선에 도움이 되는 기초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교류분석의 자아상태와 의사소통능력이 어떤 관계를 보이는지 확인하고자 하였다.
대상 및 방법
1. 연구 대상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1학년 학생 109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자아개념 검사는 ‘지금 여기에서(now and here)’의 행동패턴, 사고방식, 느낌이나 태도 등을 바탕으로 자아상태를 파악하기 때문에 의사소통능력 검사와 동일한 시기에 검사를 실시하였다.
2. 조사 도구 및 분석 방법
1) 의사소통능력
학생들의 의사소통능력은 Kim et al. [8]의 communication skill self-test 검사지를 사용하여 측정하였다. 이 검사지는 “Beyer-Fetzer Conference on Physician-Patient Communication in Medical Education” 중 다양한 의사소통모형과 연구자료들을 토대로 구성된 “의사소통의 필수요소 (essential elements of communication skills)” 목록에 기반하여 번역 제작된 것으로 ‘관계형성’, ‘대화열기’, ‘정보수집’,‘상대방 시각 이해’, ‘정보공유’, ‘의견일치’, ‘대화마무리’ 7개 영역 총 25개 문항이 포함되어 있으며, 7점 척도로 자기평가를 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이 검사는 의사소통능력에 대한 학생들의 자신감 측정 검사라고도 할 수 있다. 연구에 사용된 검사지의 신뢰도(Cronbach α 계수)는 0.94였다.
2) 자아상태
자아개념은 한국교류분석협회가 표준화한 Egogram checklist (ECL)를 사용하여 측정하였다. ECL은 통제적부모(critical parent, CP), 양육적 부모(nurturing parent,NP), 자유로운 아동(free child, FC), 순응한 아동(adaptedchild, AC), 어른(adult, A) 5개 기능별로 10문항씩 총 50문항에 5점 척도로 응답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기능별 점수는 0점에서 50점까지이며 점수가 높을수록 심리적 에너지가 그 지표로 많이 사용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척도의 신뢰도 계수(Cronbach α)는 0.74이며, 내용타당도는 0.84로 보고되었다.
취합된 자료는 Pearson 상관분석을 실시하여 확인하였으며 SPSS version 20.0 (IBM Corp., Armonk, USA) 프로그램을 사용하였다.
결과
자아개념 검사와 의사소통능력 검사의 결과를 바탕으로 의사소통기술 영역별 상관분석을 실시하였다(Table 1). 그 결과 CP는 관계형성, 대화열기능력과, NP는 관계형성, 대화열기, 정보수집, 상대방 시각 이해, 정보공유, 의견일치, 대화마무리능력과 정적 상관이 있었다. A는 관계형성과 정적 상관이 있었다. FC는 개별 영역에서는 유의한 상관은 없었지만 전체 의사소통능력 점수와는 정적 상관이 있었다. 반면 AC는 모든 의사소통기술 영역과 부적 상관이 나타나 AC 성향이 강할수록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고찰
이 연구는 의사소통기술 교육과정을 개발함에 있어 개인적특성인 자아상태라는 변수를 어떻게 고려해야 하는지 파악해보기 위해 의학과 학생들의 자아상태와 의사소통능력 사이의 관계를 확인해 보았다. 연구 결과, 자아상태와 의사소통능력 사이에는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었다. 이는 곧 자아상태의 성숙도에 따라 상대적으로 더 어려움을 느끼는 의사소통기술이 있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비판적 부모자아(CP), 양육적 부모자아(NP), 어른자아(A)가 강한 학생들에 비해 순응적 어린이자아(AC) 상태가 강한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의사소통에 많은 어려움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의 결과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순응적 어린이자아(AC)가 강한 학생들이 성격, 대인관계 문제에 부적응을 경험하고 있으며 대학생활 적응과도 부적 상관을 보인다고 보고한 Song [9]의 연구도 이 연구의 결과를 지지해 준다. AC 성향이 강하면 주체성이 결여되어 의존적이고 소극적인 태도를 지니는 경우가 많아 책임감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으며, 감정을 억압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상대방으로 하여금 진실된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지 못해 적대적인 대인관계를 형성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보고된다. 반면 모든 의사소통기술 영역과 유의미한 정적 상관을 보인 NP는 공감, 친절, 보호, 수용 등의 특성을 내포한다[10]. 따라서 자아개념 검사 결과 AC 성향이 지나치게 강한 학생들에게는 상대방의 기분을 고려하며 말하는 연습, 감정을 표현하는 훈련, 리더십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프로그램 제공 등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상호보완적인 관계에서 효과적으로 의사소통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이고그램의 자아상태는 자신과 타인의 상호작용 등을 통해 관찰 가능한 것으로 대인관계, 의사소통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따라서 의과대학생들의 자아상태를 파악한 후 그 특성을 고려하여 모든 자아상태가 적절히 기능할 수 있도록 의사소통기술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한다면 보다 높은 학습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이 연구는 일개 의과대학의 학생을 대상으로 하였기 때문에 연구 결과의 객관적 정량화 및 일반화에는 한계가 있으며 자기보고식 응답에 기초하여 측정하였기 때문에 개인적 가치를 통제할 수 없었다는 제한점이 있지만, 의학교육 분야에서 아직 논의된 바 없는 자아상태와 의사소통능력의 관계를 규명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향후 자아상태와 의사소통능력의 관계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구체적인 교육 전략을 개발하여 보다 효과적인 의사소통기술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