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최근 학업에 대한 과도한 스트레스와 부담감으로 인한 학생들의 자살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러한 위험성은 경쟁이 그 어떤 곳보다 치열한 의과대학에서도 예외가 아니다.단기간에 광범위한 지식을 학습해야 하고, 많은 시험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지속적으로 평가 받게 되는 경쟁적이고 요구적인 환경은 다른 교육장면과 구별되는 의대의 독특한 특성이다. 이러한 과중한 학업적 압박과 경쟁적인 환경에 더해, 재정적인 문제, 수면의 부족, 그리고 임상 실습을 하면서 겪게되는 부담감 등도 의대생의 스트레스와 우울 및 불안감을 높이는 중요한 요인으로 알려져 왔다[1]. 실제로 2007년 전국 34개 의과대학생 7,1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대생들의 정신건강실태보고서도 선행 연구들과 일관된 결과를 나타냈다. 이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즉각적인 치료를 요하는 우울증을 경험한 학생이 6.5%로 나타났는데, 2006년 전국정신질환역학조사에서 나타난 일반인들의 지난 1년간의 우울증 발병률이 2.5%임을 고려할 때, 이는 상당히 높은 수치이고, 지난 1개월간 자살사고를 경험한 학생도 의대생 100명 중 4명에 이르는 정도였다[2,3]. 또한 국내의 한 의과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의 우울감과 스트레스 대처 방식의 관계를 살펴 본 Leeet al. [4]의 연구에서도 전 학년에 걸쳐, 경도 수준 이상의 우울증상을 경험하는 학생들이 15.9% 정도로 나타났다. 이러한 경향성은 외국의 연구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의대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Schwenk et al. [5]의 연구에서 중등도에서 심도 수준의 우울감을 보고하는 의대생의 비율이 14.3%로 상당히 높은 수치였고, 입학 시점과 비교하여, 학년이 증가하면서 의대생들의 불안감이 증가한다는 연구들도 보고되었다[6]. 이러한 의대생들의 정신건강 문제는 낮은 학업적 수행에서부터 물질 남용 및 자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의학교육에서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어, 이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의학전문대학원을 제외하면, 의학대학의 교육과정은 6년으로 구성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입학 후 첫 2년 간은 의예과 과정으로 전공에 필요한 기초학문들을 공부하게 되고, 이후 4년간의 본과과정이 진행된다. 본과 1학년과 2학년 동안 기초의학을 학습하게 되며, 본과 3학년과 4학년 동안 병원에서 임상의학을 공부하고 실습하게 된다. 이와 같이 의대생들은 학업 과정에서 습득해야 하는 지식은 이론과 실제를 포괄하며, 학교와 병원 장면을 아우르는 이질적인 학업환경에 노출된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학년이 변동됨에 따라 필요한 역량이나 스트레스의 원인도 달라진다고 추론할 수 있다.
실제로 여러 선행 연구들에서 의학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의대생의 정신건강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음이 보고되었다. 예를 들어, Roh et al. [7]의 연구에서는 본과 4학년보다는 본과 1학년의 우울감이 더 높은 점이 발견되었고, 전체 학제 과정 중 본과 1학년에 해당하는 집단의 우울 정도가 가장 높음을 보고한 연구도 있었다[4]. 이에 더해, 본과 1학년생들을 대상으로 이들이 졸업할 때까지 4년간 종단적으로 추적조사한 Aktekin et al. [8]의 연구를 보면, 입학 당시에 비해 본과 1학년 시점에서 우울감이 증가하였고, 이 우울감은 2학년 때 정점에 이르며, 이후에는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Chandavarkar et al. [6]이 미국 내 세 곳의 의대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는 1학년에 비하여 학년이 올라갈수록 불안, 초조 그리고 우울증이 심해지는 점이 발견되었다.
그런데 학년에 따라서 우울감과 불안감이 달라지는 점은 반복하여 확인되었지만, 이러한 변화의 양상은 연구마다 상이하다. 또한 변화를 초래한 원인들이 구체적으로 탐색된 결과도 아직까지 찾아보기 힘들다. 다만, 선행 연구마다 학업의 내용과 학습환경이 광범위하며 이질적인 의대생들에게 학업의 부담이나 그로 인한 경쟁과 좌절, 그리고 상이한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이 우울감이나 불안감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들로 지적되어 왔다[6].
앞서 인용한 종단 연구들이 주로 국외에서 이루어진 점을 고려할 때, 국내 의과대학의 교육환경에서 학업의 부담과 학업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는 시점을 포괄하여 의대생들의 우울감과 불안감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학제가 다른 의학전문대학원을 제외하고, 예과와 본과에 재학 중인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하여, 1년 간격의 두시점에서 각 학년별로 우울감과 불안감이 어떤 요인에 의해 달라지는지 종단 연구를 통해 알아보고자 하였다. 이 연구에서 우울감과 불안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로 설정된 변인 들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 일반적인 성격변인과 이 연구를 통해 추가적으로 효과를 검증하려는 변인들이다.
일반적인 성격변인을 포함시킨 이유는 다음의 세 가지이다. 첫째, 선행 연구에서 의대생들의 정신건강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들을 탐색할 때 성격 5요인과 같은 일반적인 변인이 주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선행 연구와의 일관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Lievens et al. [9]의 연구에서 의대생 중 성격 5요인의 성실성 점수가 높은 학생들이 본과 1학년과 2학년 시기의 학업을 성공적으로 마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성실성 점수가 낮고, 사교적이며, 자극추구 경향이 높은 경우는 같은 시기에 유급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Magalhães et al. [10]의 연구에서는 성격과 공감의 관련성을 확인하였는데, 호의성과 경험에 대한 개방성은 자기-보고식 공감 점수와 정적 관계가 있었던 반면, 신경증, 성실성, 그리고 외향성은 관련이 없었다는 결과도 나타났다.
둘째, 선행 연구에서 주로 다루어진 변인들의 효과를 먼저 살펴본 후에, 본 연구에서 추가적으로 설정한 변인의 효과를 검증하도록 하여 새롭게 탐색되는 변인의 설명력이 과대평가되지 않도록 보수적인 방식을 사용할 필요가 있었다. 본 연구에서 탐색된 변인은 자기애, 자신보다 우월한 사람과 비교하려는 경향(상향비교 경향) 및 사회적 보상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정도이다. Miller [11]는 자기애 성향이 높은 사람들은 가시적인 성과나 외부 보상에 자존감이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것이 좌절되었을 때 우울감이 높아진다고 지적하였다. 고등학교 때까지 최상위의 성적을 유지하며,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던 의대생들은 유사한 집단 내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과정에서 과거만큼 높은 성적을 유지하기 어려운 자신에 대해 무능하고 특별하지 않다는 느낌을 경험하게 되면서 우울감이 상승하리라 예측할 수 있다. 부가하여 상당히 경쟁적인 환경 속에서 생활하는 의대생들의 특성을 고려하여, 자신보다 우월한 타인과 비교하려는 경향도 포함시켰다. 이미 선행 연구에서도 타인과 비교하는 경향은 우울감과 관련되며, 자신보다 우월한 타인과 비교하여 자신이 그보다 못하다는 경험을 한 학생들은 우울감이 상승한다는 점은 입증된바 있다[12]. 자기애와 상향비교는 타인의 존재를 착취나 경쟁과 같은 부정적인 상호작용의 대상으로 설정하는 경향과 관련되는 데 비해서, 사회적 보상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경향은 타인을 긍정적인 상호작용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점과 관련되며, 타인을 배려하거나 연대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보는 경향을 반영한다. 이 변인이 의대생들의 우울감이나 불안감의 상승을 완화해주는지 확인한 선행 연구는 없다. 다만, 유사한 변인 가운데 하나인 공감능력이 학년의 변화에 따라서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아본 국외 연구[13]가 있다. 이 연구는 공감능력이 본과 3학년 무렵 유의하게 저하되고, 이러한 경향은 졸업까지 지속된다는 점을 보고하였다. 이는 의대생들의 우울감이나 불안감이 변화하는 시점에서 공감능력도 변화한다는 점을 알려주지만, 그 공변하는 정도나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려주지 못한다. 반면에 본 연구는 사회적 보상을 선호하는 경향이 자기애나 상향비교와 같이 우울감이나 불안감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조절하는지 경험적으로 확인하고자 하였다.
일반적인 성격변인이 포함된 마지막 이유는 집단 간 이질성을 확인하고, 이로 인한 혼입효과를 줄이기 위함이다. 참가자 집단이 매년 새로 입학하는 학생들로 구성되는 본 연구의 경우, 시점이나 학년뿐 아니라, 구성하는 개개인에 따라 각 집단의 특성이 달라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가장 일반적이고 광범위한 성격변인에서 학년별로 구성된 집단 간 차이를 먼저 확인하여, 특정한 학년에서 나타난 특징이 전체 의과대학생들에게 과도하게 일반화되는 오류를 줄이고자 하였다.
종합하여 볼 때, 본 연구에서는 학년의 증가에 따른 우울과 불안의 변화를 종단적으로 살펴보았고, 이러한 변화를 초래하는 예측인으로서의 성격, 자기애, 상향비교 경향성, 그리고 사회적 보상 선호 경향의 효과를 살펴보고자 하였다. 이에 따른 연구 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각 학년별로 1년 간격의 시점에 따라 우울감과 불안감이 변화하는가? 둘째, 각 학년별로 성격, 자기애 그리고 상향비교 경향성과 같은 개인적 특성이 1년 후 우울감과 불안감을 예측할 수 있는가? 셋째, 각 학년별로 1년 후 우울감과 불안감을 완화시키는 요인으로서 사회적 보상 선호 경향의 조절효과가 나타나는가?
대상 및 방법
1. 연구 대상
의과대학생들의 성격 및 심리적 특성과 시점에 따른 우울감 및 불안감의 변화를 알아보고, 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알아보기 위하여 서울 소재의 한 사립 의과대학에 재학 중인 의예과, 의학과 재학생들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가 이루어졌다. 먼저 연구의 취지를 설명한 후, 이에 동의하는 대상자들에 한해 1년 간격의 두 시점에 질문지를 실시하였다. 1차 시점은 2010년 10월부터 11월까지로, 당시 예과 1학년, 2학년, 본과 1학년 그리고 본과 2학년 학생들을 대상자로 포함하였고, 2차 시점은 약 1년 뒤인 2011년 9월부터 10월까지로, 동일한 대상자들에게 질문지를 실시하였다.
유급이나 휴학과 같은 문제로 학년 변동이 이질적인 대상자는 전체 결과를 혼입시킬 가능성이 있으므로 분석에서 제외하여, 최종 226명의 자료가 분석에 포함되었다. 이들을 학년에 따라 네 집단으로 구분하였는데, 시점별로 집단에 포함된 대상자와 최종 분석에 포함된 대상자들을 Table 1에 정리하였다. 또한 종단 연구의 내적 타당도를 저하시키는 요소들을 되도록 배제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점을 주의하였다. 첫째, 동일한 집단을 구성하는 학생들은 동일한 사람이 질문지를 실시하였고, 강의 시간을 전후로 질문지를 수거하여 자료수집 시점을 일주일 이내로 최대한 짧게 유지하였다. 둘째, 일부 참가자만이 자료에 수집되어 종단적 변화에 편파를 일으킬 수 있어서, 유급이나 휴학과 같은 문제를 가진 사람들 이외에 질문지 실시는 각 학년의 대상자 모두에게 실시하였다. 셋째, 두 시점에 모두 응답한 자료가 분석에 사용되었으므로, 두 시점에 모두 응답한 사람들과 1차 시점에만 응답한 사람들이 1차 시점의 여러 측정치에서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였다. 그 결과, 본 연구에서 사용한 모든 변인들에서 이 두 참가자군의 유의한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ts<1.46, ps>0.10).
2. 측정 도구
1) 우울
Zung이 개발하고, Lee [14]가 번안한 한국형 자가평가 우울척도(Korean form of Zung’s Self-Rating Depression Scale,SDS)를 사용하였다. 총 20개의 문항으로 구성되어있고, 참가자들은 각 문항에 대해 ‘없거나, 아주 조금(1)’부터 ‘대부분, 항상(4)’의 Likert식 4점 척도상에서 응답하였으며, 1차 및 2차시점에서 모두 측정되었다. 본 연구에서의 내적일치도 계수는 1차 시점에서 α=0.87, 2차 시점에서 α=0.84로 나타났다.
2) 불안
Zung이 개발하고, Lee [15]가 번안한 한국형 자가평가 불안척도(Korean form of Zung’s Self-Rating Anxiety Scale,SAS)를 사용하였다. 총 20개의 문항으로 구성되어있고, 참가자들은 각 문항에 대해 ‘없거나, 아주 조금(1)’부터 ‘대부분, 항상(4)’의 Likert식 4점 척도상에서 응답하였으며, 1차 및 2차시점에서 모두 측정되었다. 본 연구에서의 내적일치도 계수는 1차 시점에서 α=0.88, 2차 시점에서 α=0.89로 나타났다.
3) 성격 5요인
Goldberg [16]가 개발하고, Oh [17]가 번역한 International Personality Item Pool (IPIP)을 사용하였다. 본 척도는 성격 5요인을 기반으로 경험에 대한 개방성(openness), 성실성(conscientiousness), 외향성(extraversion), 호의성(agreeableness), 그리고 신경증(neuroticism)의 총 5개의 하위 요으로 구분되어 있고. 각 요인별로 20개의 문항씩 총 100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참가자들은 각 문항에 대해 ‘나를 전혀 기술하지 못한다(1)’부터 ‘나를 잘 기술한다(5)’의 Likert식 5점 척도상에서 응답하였다. 1차 시점에서 측정되었고, 각 요소의 내적 일치도 계수는 앞서 제시된 순서대로, α=0.64, α= 0.57, α=0.71, α=0.76, α=0.71이었다.
5) 상향비교 경향
Jang [20]이 개발한 사회비교 척도(self-enhancement motive)의 하위 척도인 상향비교와 관련된 총 5개의 문항을 사용하였다(예: ‘내가 더 좋아질 수 있다면, 나보다 나은 사람들과 비교하려고 한다’). 참가자들은 각 문항에 대해 ‘매우 동의하지 않는다(1)’부터 ‘매우 동의한다(5)’의 Likert식 5점 척도로 응답하였고, 점수가 높을수록 자신의 향상이나 발전을 위해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과 스스로를 비교하는 경향이 높음을 의미한다. 2차 시점에서 측정되었고, 본 연구에서의 내적일치도 계수는 α=0.90이었다.
6) 사회적 보상 선호 경향
Kim [21]이 개발한 직업가치와 관련된 13개 문항 중 이타적이거나 사회적인 보상을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관(이후부터‘사회적 보상 선호 경향’이라고 명명함)과 관련된 3개의 문항을 통해 측정하였고, 문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사회에 대해 봉사할 수 있는 것’ /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일하는 것’/ ‘소질과 적성에 부합하는 것’). 참가자들은 각 문항에 대해 ‘전혀 중요하지 않다(1)’부터 ‘매우 중요하다(5)’의 Likert식 5점 척도상에서 응답하였고, 점수가 높을수록 더욱 타인과 어울려 일하는 것이나 타인을 돕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중요하게 평가함을 의미한다. 2차 시점에서 측정되었고, 본 연구에서의 내적일치도 계수는 α=0.65였다.
3. 통계 분석
각 집단별로 성격 5요인, 자기애, 상향비교, 그리고 사회적보상 선호 경향에 대한 기술 통계치를 구하였고, 집단에 따라 평균이 유의하게 달라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일원 변량분석을 실시하였으며, 이 분석의 결과가 유의한 경우에는 사후검증을 Scheffé test로 확인하였다. 1차 및 2차 시점의 우울감과 불안감의 집단과 시점에 따른 효과를 알아보고자 집단을 피험자 간 변인으로 하고, 시점을 반복측정 변인으로 한 혼합 이원 변량분석을 우울감과 불안감에 대해 각각 실시하였다. 다음으로 각 집단별로 1년 후 우울감/불안감에 영향을 주는 변인을 파악하기 위해 2차 시점의 우울감/불안감을 종속변인으로 하는 위계적 회귀분석을 각각 실시하였다. 부가하여, 측정변인들의 신뢰도를 알아보기 위해서 내적일치도 계수(Cronbach’α)를 산출하였다. 이상의 모든 분석에는 PASW version 18.0 (SPSS Inc., Chicago, USA)을 사용하였다.
결과
1. 학년에 따른 성격 5요인, 자기애, 사회적 보상선호, 우울감 및 불안감
성격 5요인, 자기애, 상향비교 경향성 및 사회적 보상 선호경향과 같은 성격변인과 본 연구의 종속변인인 우울감/불안감의 평균과 표준 편차 및 일원 변량분석과 사후검증 결과가 Table 2에 제시되어 있다. 먼저 자기애, 상향비교, 그리고 사회적 보상 선호 경향에서는 유의한 집단 간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또한 성격 5요인 가운데 외향성에서도 집단 간 차이가 발견되지 않은 반면, 나머지 네 가지 요인(호의성, 성실성, 신경증, 그리고 경험에 대한 개방성)에서는 유의한 집단 간 차이가 나타나, 이에 대한 Scheffé 사후검증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호의성, 성실성, 그리고 신경증에서는 다른 집단들에 비해 집단 3의 점수가 유의하게 높았고, 경험에 대한 개방성은 집단 3이 집단 2에 비해 점수가 유의하게 높았다.
Table 3에는 집단과 시점에 따라서 우울감과 불안감이 달라지는지 알아본 혼합 이원 변량분석의 결과가 요약되어 있다. 먼저 우울감을 보면, 시점의 주효과가 유의하였는데, 2차시점에서 측정한 우울감(M=39.4)이 1차 시점에서 측정한 우울감(M=38.2)보다 더 높았다. 다음으로, 불안감의 경우에도 시점의 주효과가 유의하였는데, 2차 시점에서 측정된 불안감(M=35.0)이 1차 시점의 불안감(M=32.6)보다 더 높았다. 다만 이 주효과는 시점과 학년의 상호작용이 유의하였기 때문에 해석에 제한이 있다(F(3,185)=2.66, p<0.05). 상호작용에 대한 단순효과분석을 실시한 결과, 집단 1과 집단 4에서 두 시점 간의 불안은 유의한 차이가 없었던 반면, 집단 2와 집단3은 두 시점 간 불안감에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이 연구에 참가한 대상들의 경우에, 본과 1학년으로 진학하는 시기에는 불안감(M=42.2)이 예과 2학년 당시(M=38.5)보다 유의하게 상승하고, 본과 2학년 시기의 불안감(M=37.4)이 1년 전 본과 1학년 당시(M=31.3)보다 유의하게 상승함을 의미한다.
2. 우울감과 불안감의 예측요인들
의대생들의 우울감과 불안감의 변화 추이를 알아보기 위하여 위계적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먼저 종속변인에는 2차 시점의 우울감과 불안감을 각각 투입하였다. 본 연구에서 탐색되는 변인들의 효과를 보수적으로 확인하기 위하여, 1단계에는 1차 시점에 측정한 우울감 혹은 불안감을, 2단계에는 성격의 5요인을 먼저 투입하였다. 그리고 나서 3단계에는 자기애와 상향비교 경향성을, 4단계에는 상향비교 경향과 사회적 보상을 선호하는 경향의 상호작용항을 투입하였다. 그 결과는 Table 4에 제시하였다.
먼저 집단 1의 경우, 우울감만이 상승하였는데(Tables 2,3), 경험에 대한 개방성(β=-0.33, p<0.01)이 이러한 우울감의 상승을 유의하게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불안감은 시점에 따라 유의하게 달라지지는 않았으나, 예과 1학년 당시 경험에 대한 개방성이 높을수록, 1년 후인 2학년 시기에 불안감이 낮아졌다(β=-0.30, p<0.01).
집단 2의 경우, 우울감과 불안감이 1년 후에 모두 상승하였는데(Tables 2, 3), 여기에는 상향비교 경향성과 사회적 보상을 선호하는 경향이 상호작용하여, 1년 후의 우울감(β=-0.38, p<0.01)과 불안감(β=-0.34, p<0.01)을 유의하게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호작용의 양상을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서 단순회귀계수를 산출하였고, 그 결과는 Fig. 1 (우울감)과 Fig. 2 (불안감)에 각각 제시하였다. 자세히 살펴보면, 사회적 보상을 선호하는 경향이 낮은 학생들은 자신보다 우월한 사람과 비교를 하는 경향이 높거나 낮은조건에서 전반적으로 우울 수준이 높았고, 비교 경향이 높아질수록 우울이 높아지는 추세를 보였다(β=0.10, p=0.56). 반면에 사회적 보상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은 학생들은 상향비교 경향이 높아질수록 우울감이 낮아지는 추세를 보였다(β=-0.15, p=0.34). 이에 더해, 불안감을 살펴보면, 본과 1학년으로 진학하는 시기에 사회적 보상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은 사람들은 상향비교하는 경향이 높거나 낮은 조건에서 전반적으로 불안 수준이 높았다(β=0.11, p<0.58). 반면에 사회적 보상을 선호하는 경향이 낮은 사람들은 상향비교 경향이 높아질수록 불안감이 높아졌다(β=0.32, p<0.05).
집단 3의 경우, 우울감과 불안감이 1년 후에 모두 상승하였고(Tables 2, 3), 본과 1학년 시기의 호의성(β=-0.40, p<0.05; β=-0.52, p<0.05)이 높을수록, 본과 2학년 시기의 우울감과 불안감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집단 4의 경우, 우울감만이 상승하였으나 (Tables 2, 3), 회귀분석 결과에서 우울감을 유의하게 예측하는 변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본과 2학년 시기의 자기애가 높을수록(β=0.29, p<0.05), 1년 후의 불안감이 유의하게 높아졌다.
고찰
본 연구는 예과 및 본과에 재학 중인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1년이라는 간격을 두고, 우울감과 불안감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아보고, 이러한 우울감과 불안감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본 연구에서 얻은 결과를 선행 연구와 종합하여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구체적으로 불안감은 예과 2학년에서 본과 1학년으로, 그리고 본과 1학년에서 본과 2학년으로 진입한 시점에서 유의하게 상승하였다. 우울감도 유의한 수준은 아니지만, 이와 유사한형태를 드러냈다. 따라서 본과 1학년과 본과 2학년으로 학년에 올라갈 때 우울이나 불안과 같은 정서적 고통이 상승한다고 할 수 있고, 특히 본과 1학년 시기의 우울감과 불안감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점은 선행 연구에서도 지지된바 있는데, 우리나라 의학대학 학제의 본과 1학년에 해당하는 학년에서 우울감이 상승한다는 점을 보인 연구가 있으며[4,7], 본과 2학년에 해당하는 학년에서 우울감이 정점에 이른다는 연구도 있다[8]. 상대적으로 학습량이 적은 예과 과정에서 본과에 진학하면서 상당한 수준의 학업적 부담과 환경적 요구를 경험하게 되므로, 본과로 진입하게 되는 본과 1학년, 그리고 2학년 시점에서 정서적인 어려움이 가장 높아진다고 할 수 있겠다. 전체적으로 학제 내 각 시기마다 정신건강의 변화 양상이나 변화의 강도가 다양하고, 특히 본과 1학년과 2학년 시기에 정신건강의 변화가 현저하다고 할 수 있다.
한 선행 연구에서는 학업적 성취에서 성실성이 중요한 요인으로 나타났고[6], 신경증, 성실성, 외향성은 스트레스와 유의하게 관련되는 점을 보인 연구도 있다[9]. 반면에 본 연구에서는 성실성의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아마도 성실성이 주로 조직화나 성취 혹은 계획성을 반영하므로, 학업적 성취나 학업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성실성의 영향을 받는 데 비해서, 본 연구에서 다룬 우울과 불안은 다른 성격변인들과 상관될 가능성도 있다.
본 연구의 회귀분석 결과를 보면, 예과 2학년 시점의 성격요인들 가운데 어느 것도 1년 후 본과 1학년 시점의 우울이나 불안을 예측하지 못하는 점이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이들의 우울이나 불안의 변화는 만성적이며 안정적인 성격 요소보다는 이들이 노출되는 환경과 관련성이 높은 특성에 의해 영향 받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러한 추측은 본 연구에서 얻어진 상향비교 경향과 사회적 보상을 선호하는 경향의 상호작용 효과와도 일관된다. Fig. 1을 보면, 본과 1학년에 진입한 학생들은 우울감이 전반적으로 높은데(M=2.11; Table 2), 이 가운데 사회적 보상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으면서, 타인을 경쟁해서 이겨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경향이 낮은 학생들에게서 우울감이 낮아지는 점을 알 수 있다. 반면에 Fig. 2를 보면, 본과 1학년 시기에는 불안감이 다소 높은데(M=1.87;Tabel 2), 이 가운데 사회적 보상을 선호하는 경향이 낮으면서 타인을 경쟁해서 이겨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경향이 높은 학생들에게서 불안감이 두드러지게 높아진다. 따라서 사회적 보상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경향이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나 연대감 혹은 공감능력을 반영한다고 간주하면 다음과 같이 추론할 수 있겠다. 먼저, 경쟁적이고 성취지향적인 학업장면에서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피드백에 직면하게 되는 시기에 의대생들의 우울감이 상당히 높아지고, 불안도 다소 상승하지만, 타인에 대한 배려나 연대감이 높으면서 자신보다 우월한 사람과 비교하는 경향이 낮은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우울에 취약하지 않다. 반면에 타인에 대한 배려나 연대감이 낮으면서 자신보다 우월한 사람과 비교하는 경향이 높은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불안에 더욱 취약하다고 추측할 수 있다.
학업적 성취와 경쟁이 치열한 의대생들은 자신보다 우월한 사람을 목표나 모델로 삼고, 이에 도달하고자 노력하는 경향이 높은 것이 자연스러울 수 있으며, 그 자체로도 순기능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선행 연구에서도 과제에서 성공하는 경험과 우월한 타인과 비교하는 경향은 상관이 높은 점이 발견되었다[20]. 다만, 우월한 사람과 비교하는 경향, 즉 상향비교 경향을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나 연대감 혹은 공감능력이 제어하지 못하면 정서적인 고통이 상승할 수 있음을 본 연구는 시사하고 있다. 경쟁과 성취를 추구하며, 바라는 목표상을 달성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고, 자신의 가치를 반영하는 우월한 타인과 비교하는 경험은 양날의 칼과도 같다. 과제를 완수하고 목표를 달성하며 성취를 이루는 순기능과 함께 우울과 불안을 상승시키는 역기능을 모두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역기능을 완화시키는 요소로 본 연구에서는 명예나 물질적인 보상이 아닌 사회적인 보상을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의 역할을 확인하였다. 따라서 의과대학생들의 교육과정에 타인에 대한 배려나 봉사를 포함한 연대의식이나 공감능력을 고취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시사점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가 지닌 한계점과 향후 연구과제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의과대학의 예과 및 본과 학년들을 포괄하였고, 1년의 간격을 둔 종단 연구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만, 하나의 사립대학에서만 자료 수집이 이루어졌으므로, 연구에서 얻은 결과를 의과대학생들 모두에게 일반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둘째, 의학전문대학원의 경우에 예과를 거치지 않아서 이들이 본과에 진입하기 1년 전 시점에서는 자료수집이 불가능하여, 본 연구에서는 이들의 자료는 제외되었다. 하지만, 예과가 아닌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본과 1학년과 함께 학업적 환경에 노출되는 의학전문대학원생에게도 이 시기의 급격한 환경의 변화는 이들의 우울이나 불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의학전문대학원생의 정서적 어려움이나 정신건강 수준을 종단적 설계를 통해 추적조사하는 것도 전체 의과대학생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본 연구에서 사용된 사회적 보상을 선호하는 경향의 척도의 내적 합치도 계수가 0.65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이는 본 집단에서의 사회적 보상을 선호하는 경향을 일관적이고 정확하게 측정하는 데 다소의 제한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하고, 여기에는 척도가 문항 3개로 이루어져 문항의 수가 적었던 점이나 집단의 이질성 등이 영향을 미쳤겠다. 따라서 향후 연구에서는 검사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문항을 척도에 추가하거나, 보다 안정적이고 일관된 새로운 척도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되겠다. 넷째, 본 연구의 분석에 포함된 네 집단들은 각각 서로 다른 표집으로 구성되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우울이나 불안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로 확인된 변인들은 학업환경이나 시점의 변화를 반영할 수도 있지만, 각 집단별로 달리 분포한 개인들에 의해 초래된 차이가 반영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성격 5요인의 효과나 평균값이 집단에 따라 다른 점도 이러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서, 각 집단을 구성한 학생들이 나머지 집단과 이질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유사하게, 본과 2학년 시기의 우울과 이 외향성 및 호의성과 가지는 상관관계가 다른 집단과 다른 점도 이 집단 자체의 이질성에 기인하였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대안적 설명들을 명확히 검증하기 위해서는 향후 연구 설계를 두 시점 이상으로 확장하여, 예과 1학년 시점부터 졸업 시점까지 추적조사하여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마지막으로, 우울감 및 불안감 척도의 기준에 따르면, 모든 집단의 평균 점수가 평균 범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본 연구의 예측변인들의 효과는 임상적으로 유의한 우울감이나 불안감이 아니라 대학생활에 적응하고 있는 의대생들의 우울과 불안의 변화에 대해서만 일반화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