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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 Med Educ > Volume 26(4); 2014 > Article
현실로 다가온 외과의사의 고갈현상
몇 년 전 중학교 1학년 기술 교과서에서 여러 종류의 직업군에 대한 설명을 본적이 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외과의사가 언급되어 있는 부분이 눈길을 확 끌어서 주의 깊게 읽다가 외과의사가 신체노동직으로 분류되어 있는 것을 보고 파안대소한 적이 있다.
과거 의사의 일은 병이 있는 사람의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통칭하는 직업을 가진 자로 서양이나 동양 공히 그리 높이 우대받는 직업은 아니었다. 심지어 중세에는 이발사가 창상을 치료하는 고름을 빼내는 등의 외과치료를 겸하여서 외과의사와 이발사는 동일시되었었다는 것은 의학사 개론에서 흔히 접하는 얘기이다.
그러나 인구수가 늘어나고 전문분야가 다양화되면서 직업군이 세분화되어 의사는 전문직으로 자리잡게 되었고 현재는 국내에서 26종의 전문 과목이 있어 각각의 전문의를 매년 배출한다. 이 중 외과는 가장 기본적인 임상 과목의 하나로 과거에는 흉부외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등 수술이 필요한 과목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으나 해부학적인 특성과 수술의 전문성을 고려하여 점차 분리 개설되게 되었다. 현재 외과는 근골격계, 신경계, 비뇨기계, 호흡기계와 심혈관계의 수술을 제외한 대부분의 질환을 대상으로 하는 과목으로 최근 세부전문의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간담췌외과, 대장항문외과, 소아외과, 위장관외과가 인정되어 있고 순차적으로 유방내분비외과, 이식혈관외과 등에 대한 시행도 진행되고 있어 이와 관련된 질환은 모두 외과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한외과학회는 1945년 광복과 더불어 설립된 건국의사회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1947년 조선외과학회로 개명한 후 1948년 마침내 대한외과학회를 발족하게 되었다. 그 이후 1951년 국민의료법 제4조에 의거 전문의제도가 시작됨에 따라 외과 전문의가 배출되게 되었으며 2014년 현재 외과 전문의는 공식적으로 7,000명 정도이다. 외과 전문의 수련과정은 현재 4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내실 있고 체계적인 교육을 위해 전공의 수련과정의 지침을 마련하여 실행하고 있다. 즉, 과거 인쇄본으로 제출하던 수술지와 교육자료를 온라인으로 등록하고 수련에 필요한 환자진료와 수술건수, 수술종류를 연차별로 다양화하여 현실화하였으며 전공의 자율평가를 매년 시행하여 전공의들의 교육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또한 연수교육을 강화하여 술기위주의 프로그램에 전공의가 실제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정규프로그램이 개설되어 있다.
이렇게 긴 역사를 지니고 있고 생명의 위급을 다루는 중요한 질환을 치료하는 외과 고유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작금의 외과 전공의 부족 사태는 참담하기가 그지없다. 2000년 이전에는 패기가 있는 우수한 의과대학생이 외과를 경쟁적으로 우선 지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따라서 성적과 지원 적합성 등을 고려하여 인재를 선발하였다. 이런 과정을 거치기에 외과 전공의는 업무가 과중하고 힘들어도 자부심을 갖고 업무에 임할 수 있었고 최고 전공의인 수석 전공의는 조금 과장한다면 나는 새도 떨어뜨릴 정도의 위상을 떨쳤다. 이러한 긍정적인 과의 분위기를 학생들은 실습기간에 직접 경험하면서 생명을 살리고 최선을 다하는 외과의사라는 직업에 동경의 마음을 갖게 되고 이런 동경이 계기가 되어 우수한 학생들이 외과에 지원하는 것이 흔한 일이었다. 이 당시에는 여성 의과대학생의 수도 많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외과 계열의 의국에서는 육체적인 제한점이 있는 여학생을 의국원으로 영입하길 꺼려서 여자가 외과 의국에 입성하는 것은 정말 하늘의 별따기였다.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의 학생의 남녀비율이 동일해지고 남학생의 외과 기피현상이 두드러져 원하면 언제나 여학생도 외과에 지원할 수 있는 현재의 상황과는 천양지차이다.
의료환경이 급변하면서 외과 전문의의 경쟁력이 저하되고 따라서 다른 과목의 졸업생들에 비해 더 힘든 수련과정을 거치면서도 졸업 후에는 상대도 되지 않는 푸대접에 형용하기 어려운 참담한 현실에 직면하게 되면서 점차 외과 전공의 지원자는 급감하게 되었다. 2000년 전후가 전공의 지원파동의 기점이 된 것은 아마도 의약분업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의약분업 파동 이후 외과 수술의 보험수가가 현실에 맞지 않게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되어 대학병원은 물론 중소 의료기관에서 외과 수술은 지원하는 것이 원가 보전이 불가능한 상황이 지속되었기 때문에 외과의사에 대한 대우가 낮아지고 이것은 일반적인 경제원리에 따라 유수한 인력이 확보되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하게 되었다. 업무의 고단함과 과중함에 비하여 지나치게 외과 수가가 낮다는 것은 이미 누구나 다 알고 있는 평범한 사실로서 경제 원칙에 충실한 젊은 세대의 의과대학생들에게 부정적인 비전을 제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전공의 부족 현상은 중소병원일수록, 지방병원일수록 더욱 심각하다. 전공의가 자연 감소하면 대개의 전문 과목에서 의도적으로 시행하고자 하는 전문의 배출 제한에 힘쓰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고 일부 타과 전문의들은 농담 삼아 말한다. 몹시 씁쓸한 농담이다.
의과대학의 체제 변화도 이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2000년대 초반 대학원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가 있던 중 전문대학원에 대한 발의가 시작되었고 고등학교 졸업생들의 우수인력이 의과대학에 편중되는 현상을 해소하여 우수인력을 다른 중요 기간산업 관련 과목에 배치시키기 위한 고육책으로 의학전문대학원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또한 의과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의사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부가적인 의학전문대학원의 목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의학전문대학원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발표되면서 2005년부터 의학전문대학원생을 모집하기 시작하여 많은 의과대학들이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거나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을 동시운영하기 시작하였다. 이화여자대학교는 2007년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였다.
이 과정에서 의학교육자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교육과정의 대대적인 개편이 있었다. 과거 내과학, 외과학, 산부인과학 등의 임상 과목들은 해부학적인 분류에 따라 호흡기학, 소화기학, 근골격계학, 비뇨생식기학 등의 이름으로 개편되면서 기존 임상 과목의 교수들은 본인들의 전문분야에 따라 각각의 새로운 교육과정에 편입되었다. 따라서 대부분의 과목은 일차 진료의사를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의학전문대학원의 기본취지에 맞추어 내과계열 과목 담당교수들의 강의가 주가 되고 치료의 한 방법으로서만 외과술기를 강의하는 형태의 수업방식이 진행되다 보니 외과계열 교수들의 수업시간은 과거 의과대학 시절에 비하여 대폭 감소하는 현상을 보편적으로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수업방식은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외과의사가 하나의 학문적인 전문가가 아니라 술기 위주의 기술자로 취급되는 결과를 초래하여 학생들은 외과영역의 심도 있는 지식을 전수받을 수 없는 제도적 한계에 도달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일차 진료의에 초점을 맞춘 현재 의과대학 교육과정은 추후 우리나라 의료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의학교육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의학의 균형 있는 미래를 고려할 때 심도 있는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특이하게도 의과대학 졸업생들이 배출되던 시기보다 의학전문대학원 졸업생들이 배출되면서 외과, 흉부외과, 비뇨기과 등의 전공의 부족 과목의 어려움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는 데에 많은 의과대학 교수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것은 깊이 생각해 볼 문제이다. 의학전문대학원의 기틀을 세울 때 벤치마킹하였던 미국의 경우 위 전문 과목은 여전히 인기 과목이라는 점을 비교한다면 더욱 생각할 문제가 많다.
저자는 여학생만 교육하는 여자대학교 출신으로 모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학생들은 이론과 실습수업 때마다 개인적으로 외과의 전망과 외과 전공의로서의 가능성에 대해 자주(사실은 매 실습교육 때마다 질문하므로 거의 매주 질문 받는다) 자문을 구하나 그들이 수련의가 되면 그런 적극적인 흥미는 사라진 지 오래이다. 설령 진정으로 외과가 적성에 맞아서 외과를 지원하고 싶다고 생각하더라도 대부분의 병원에서 겪고 있는 전공의 부족사태에 직면하면 당장 겪게 될 전공의의 과중한 업무가 걱정이 되고 졸업 후에도 개업이 어려운 외과의 현실을 고민하다가 외과 유사과로 지원을 전환하는 일이 흔하게 발생한다. 전공의 부족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차원의 외과계열 수술지원금을 한시적으로 지급하고 있으나 애초 예상했던 긍정적인 영향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외과 전공의의 부족은 외과 전문의의 부족현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궁극적으로는 수술이 없이 생활습관의 개선이나 투약 또는 간단한 시술만으로 모든 질병을 해결하고 완치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여러 분야에서 외과의사의 역할 없이는 해결되지 않는 질환들이 불가피하게 발생한다. 그 대표적인 분야가 외상과 이식이다. 다른 질환을 모두 약으로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현 상황에서 중증 외상환자와 이식환자의 치료에 외과의사의 존재는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일부 소화기궤양이나 급성 충수염, 장천공 등의 염증성 질환의 경우 수술은 치료의 제 1단계이다. 몇 달 전 자정을 넘은 시간에 전라도에서 심각한 간손상 환자의 전원에 대한 문의가 온 적이 있다. 혈압이 너무 낮아 전원 중 사망의 위험이 있어 근처 대학병원을 권하였는데 후에 수소문해 보니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알아보다가 수술의 적기를 놓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였다고 하여 몹시 안타까웠던 기억이 있다.
앞서 설명한 대로 외과 내에도 여러 종류의 분과가 있지만 정말 외과의사가 필요한 경우는 시간을 다투는 중증 수술의 경우로 이런 분야의 전문가들은 1년 365일 항시 대기중으로 환자 발생시 주간, 야간의 차이가 없는 것은 물론이요, 주말이나 휴가기간도 경우에 따라서는 활용하기 어렵다. 따라서 삶의 질 면에서 계획수술을 시행하는 다른 과목의 전문의나 외과 내의 다른 분과전문의보다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많을 수밖에 없으며 전문의 취득 후 경력이 쌓인다 하더라도 그 상황은 호전되지 않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외과 전문의 취득자들도 외과 내에서는 위험수술의 빈도가 적은 유방질환이나 내분비질환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아 정작 필요한 외과 전문의는 더더욱 확보하기 어렵다.
외과의사는 수술이 필요한 상태의 질병을 진단하고 감별하며 치료하는 전문가를 통칭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신체의 항상성과 대사기전에 대한 기초적이고 임상적인 지식을 모두 갖추어서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여 수술 전 처치를 시행하고 해부학 지식과 최신의 수술 술기를 습득하여 최적의 수술을 집도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하며 수술 후에는 환자가 무사히 회복하여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적절한 창상치료와 투약, 심지어는 심리적인 뒷받침까지 모두 책임져야 한다. 이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치려면 당연하게도 의학적인 지식은 기본이요 나날이 발전하는 수술기구들에 대한 교육도 끊임없이 자가학습하여야 하므로 외과의사의 앞날이 고단하다는 데에 이의가 없다. 더군다나 최근 급증하고 있는 민원이나 의료 소송 사건 등은 불가피한 치료의 결과에 대해서조차 의사가 책임져야 하는 판결로 이어지기 쉬워 더더욱 외과의사의 자세는 점차 방어적이면서 전투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과는 매력적인 학문이다. 복통으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환자가 충수절제술 후 며칠 만에 웃으며 퇴원할 때, 간경화로 피를 토하고 복수로 인해 배가 산처럼 불렀던 환자가 거짓말처럼 신체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올 때, 수 십 년간 혈액투석으로 고통 받던 만성신부전 환자가 신장이식 후 스스로 소변을 보고 눈물 흘리는 것을 볼 때, 대형 교통사고로 혈압이 잡히지 않는 출혈 환자를 급하게 응급수술한 후 정상생활로 복귀하는 것을 볼 때 외과의사는 그간의 모든 어려움을 잊고 진심으로 웃는다.
외과의사를 존중해 주고 그들이 그들의 직업에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은 외과 과목의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재수립해야 할 것이며, 정부나 사회단체들은 그들의 존재가 국민건강에 가장 밑받침이 된다는 것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모두 같이 노력해야 우리나라에서 유능한 외과의사가 지속적으로 발굴되고 배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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